알레르기로 혈관부종이 와서 9월 중순 오타와 응급실(ER)에 다녀왔어요. 밤 10시 반에 도착해서 약 3시간 뒤에 진료를 받았고, OHIP이 있어서 진료비는 무료였고, 처방약만 유료였어요. 이 글에는 초진(트리아지)부터 접수, 대기, 진료, 퇴원까지의 과정과 가기 전에 챙기면 좋은 것들을 정리했어요.
※ 이 글은 제 개인 경험이에요. 의학적 조언이 아니니 증상이 있으면 꼭 의료진과 상담하세요. 숨쉬기 힘들거나 목, 혀가 붓는 느낌이 들면 기다리지 말고 바로 911에 전화하세요.
안녕하세요! Caroline입니다.
오늘은 9월 중순에 캐나다 응급실에 다녀온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합니다.
이자카야
저는 평소에 알레르기가 좀 있는 편이라 아예 안 먹는 음식도 있어요. 그러다 친구가 놀러 와서 신나게 술 한 잔 하며 이자카야 음식을 즐겼습니다. 물론 못 먹는 음식은 철저하게 뺐고요.
그런데 다음 날 아침 — 눈이 안 떠졌습니다. 혈관부종이 온 거예요.
사실 처음은 아니에요. 호주에 살 때 얼굴 전체가 부은 적이 있어요. 그때는 아무것도 몰라서 지르텍 한 알 먹고 버텼어요. 나중에 한국에 돌아와서 진료를 보는데 의사 선생님이 "그걸 왜 응급실에 안 갔어요!" 하고 혼내셨답니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아나필락시스가 와서 응급실에 간 적도 있어요. 이때 저는 알레르기 검사를 마음먹고 지연성 알레르기 검사를 해서 저의 알레르기를 모두 발견했습니다.
그러니까 이번이 세 번째예요. 호주 얼굴 부종 → 한국 아나필락시스로 응급실 → 그리고 캐나다 응급실, 이 순서랍니다.
이번에는 눈에만 왔어요. 가지고 있던 리액틴을 한 알 먹고 하루 종일 찜질하면서 지켜봤는데, 저녁이 되니 오히려 더 나빠지는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이번엔 빠른 판단으로 응급실에 가기로 했습니다.
악명 높은 캐나다 응급실, 각오하고 출발
캐나다 응급실 대기 시간은 유명하잖아요. 그래서 각오를 단단히 하고 물, 마실 것, 핸드폰 충전기까지 다 챙겨서 출발했어요.
도착하니 생각보다 사람이 많지 않았어요. (아마 붐비지 않는 지역 병원이라 그런 것 같아요.)
1단계 — 초진(트리아지)
도착하면 바로 초진을 해줘요. 여기서 내가 얼마나 위급한지를 판단해요.
솔직히 저는 하루 종일 기운이 빠져서 꽤 아파 보였거든요. 눈도 엄청 부어 있었고요. 그런데 아마 기도 쪽은 붓지 않았다고 판단했는지 — ㅋㅋㅋ 순서가 거의 마지막이었습니다.
2단계 — 접수
초진이 끝나면 리셉션 같은 곳에서 등록을 해요. 확인하는 건 이 정도였어요.
- 헬스카드(OHIP)
- 이름, 주소
- 보호자 연락처
- 패밀리 닥터
접수해 주시던 분이 제 눈을 보더니, 본인도 이런 경험이 있다면서 눈화장을 한 적이 있냐고 물어보시더라고요. 그러면서 리액틴 말고 베나드릴을 추천해 줬어요. 엄청 졸리지만 효과가 좋다고요.
지금까지 들어본 응급실 후기랑 다르게 다들 너무 친절했어요. 감사감사.
접수가 끝나면 팔찌를 차고 대기실로 가요. 이제부터 본격적인 기다림이 시작됩니다.
3단계 — 대기, 그리고 또 대기
밤 10시 반쯤 도착했는데, 약 2시간 반을 기다려서 침상으로 안내받았어요. 거기서 30분을 더 기다리니 의사 선생님이 오셨어요.
도착부터 진료까지 총 3시간 정도. 캐나다 응급실 치고는 선방한 것 같아요.
그리고 하나 깨달은 게 있어요. 응급실은 위험한 사람부터 보잖아요. 내 진료가 늦어진다는 건 그만큼 내 위험도가 낮다는 뜻이기도 해요. 그렇게 생각하니까 기다리는 동안 오히려 마음이 놓였어요.
4단계 — 진료
의사 선생님도 정말 친절하셨어요. 제가 외국인인 걸 아시고 말도 천천히 해 주시고, 몸짓까지 섞어가며 설명해 주셨어요. 고마웠습니다.
저는 주사를 맞고 싶었는데, 캐나다 ER은 약을 먹을 수 있는 상태면 먹는 약이 먼저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약을 처방받았고, 어떤 약인지도 하나하나 설명해 주셨어요.
짧은 만남을 뒤로하고 기다리면 간호사분이 약을 가져다줘요. 이름과 생년월일을 확인하고 약 먹는 걸 도와줍니다. 밤에 가서 그런지 첫 1회분은 병원에서 무료로 줬어요.
그리고 처방전을 받으니 — "Good to go!" 끝입니다.
비용 — OHIP 있으면 진료는 무료
네, OHIP이 있으면 응급실 진료는 무료예요. 처방약만 유료예요.
OHIP이 없었다면 1,300불 정도 나왔을 거라고 하더라고요. 이번에 헬스카드 있는 게 진짜 다행이라고 느꼈어요. (헬스카드 신청이 아직이신 분들은 온타리오 헬스카드(OHIP) 신청 후기를 참고하세요!)
그 후 — 스테로이드와 베나드릴
스테로이드는 5일치를 처방받았고, 가지고 있던 리액틴은 의사 선생님의 지시대로 용량을 조정해서 같이 먹었어요. (약 용량은 사람마다 다르니 꼭 의사, 약사와 상의하세요!)
베나드릴도 사서 먹어봤는데 — 진짜 엄청 졸려요. 근데 괜히 효과가 더 있는 느낌이에요. ㅋㅋ 이건 사람마다 다르니 참고만 해주세요.
3일을 꼬박 먹으니 4일째부터 확실히 좋아졌어요. 붓기랑 염증이 싹 잡혔고, 그 뒤로 지금까지 다시 뒤집어지지는 않았어요. 그래도 여전히 초밀착 관리 중이랍니다.
다음 단계 — 패밀리 닥터와 알레르기 테스트
패밀리 닥터 예약을 잡아서 알레르기 테스트를 추가로 해 볼 생각입니다. 다행히 10월 초로 잡혀서 생각보다 오래 기다리지는 않을 것 같아요. 물론 알레르기 테스트 리퍼럴을 받으면 또 세 달은 걸리겠죠… ㅋ 하하.
그리고 한국에서 아나필락시스를 겪은 적이 있으니, 이번에 에피펜 처방도 한 번 요청해 보려고 해요. 이것도 다음에 후기 남겨볼게요.
캐나다 응급실 준비물
- 헬스카드(OHIP), 신분증
- 물이랑 간단한 간식
- 핸드폰 충전기 (필수!)
- 먹고 있는 약 이름, 알레르기 정보
- 패밀리 닥터 이름, 연락처
- 긴 기다림을 버틸 마음의 준비
응급실에 갈 일은 없는 게 제일 좋지만 — 캐나다 의료, 생각보다 괜찮네요. 다들 건강 조심하세요!
2026년 9월 기준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병원마다 대기 시간과 절차는 다를 수 있어요.
댓글 쓰기